🇹🇭태국,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동성결혼 법제화
2024-06-19🇹🇭태국,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동성결혼 법제화
어제(18일) 태국 상원은 동성 간 혼인을 가능하게 하는 혼인평등법(민법·상법 개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형식적인 왕실의 승인을 받은 후 120일 후 발효돼 태국에서 올해 안에 첫 동성 간 혼인신고가 가능해집니다.
태국은 2019년 대만과 2023년 네팔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세 번째로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첫번째입니다.
그동안 태국은 성소수자 친화적 문화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으로 법제도 진전이 더뎠습니다. 활동가, 인권시민사회의 꾸준한 노력이 마침내 2023년 총선의 변화와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라는 기회를 맞아 태국 성소수자 인권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북부 치앙마이에서 동성 배우자와 함께 딸을 양육하고 있는 태국 레즈비언 활동가 마챠 포르닌은 “마침내 내 가족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포르닌 활동가는 “(이 법은) 사회가 마침내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권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라고 하며 “(이 변화가) 다음 세대의 삶을 더 좋게 만들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 법의 내용은?
혼인평등법(민법·상법 개정안)은 “남녀”와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를 “개인”과 “배우자”로 대체하며 혼인을 성중립적으로 만듭니다. 또한 동성 부부가 공동으로 자녀를 입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동성 부부는 복지, 자녀 입양, 의료 동의, 재산 공동 관리, 상속, 세금 공제 및 정부 연금과 같은 배우자 혜택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한국-태국 동성 부부 같은 국제커플도 이 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태국은 어떻게 여기까지?
2011년, 한 태국 성소수자 NGO는 첫 혼인평등법안을 공개했습니다. 2012년, 태국 정부는 동성 파트너십 법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 논의는 정치적 불안으로 중단되었습니다.
2020년, 야당인 전진당은 혼인평등법을 발의했으며, 정부는 동성 파트너십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거의 10년에 걸친 파트너십 법안 논의는 성소수자에게 ‘차등적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는 사회적 결론에 도달하여 여러 정당이 혼인평등법 공약을 채택하고 이 의제가 2023년 총선에 가시성 있게 등장하게 됩니다.
결국 2024년 3월 27일, 태국 하원은 400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혼인평등법(민법 및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4월 2일에 열린 상원 1차 독회에서는 158명의 의원 중 147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오늘 열린 최종 독회에서는 152명의 의원 중 130명이 찬성표를 던져 법안이 최종 통과되었습니다.
✅시사점은?
태국의 동성혼 법제화는 태국 정치 상황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을 포함한 넓은 지지로 가능했습니다.
2014년 군사 쿠데타 이후 군부가 주도하는 태국의 정치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고 불안정하며 인권의 제약도 여전합니다. 그러던 2023년 태국 총선에서 개혁 성향의 전진당은 민주화, 군 개혁, 인권 보호, 성평등 등 진보적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예상을 뒤엎고 총선을 승리했습니다. 전진당의 진보적 공약에는 동성결혼 법제화와 성소수자 권리 증진이 포함됩니다. 비록 태국 정치 제도의 불투명성과 정국 혼란 속에 제1당 전진당의 정부 구성과 총리 지명이 봉쇄되었지만 새로 구성된 연정과 세타 타위신 총리도 이 경향을 거르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각한 타격을 받은 태국 경제는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혼인평등법이 4월 하원을 통과하고 6월 중 상원 통과가 유력해진 가운데 세타 타위신 총리는 지난 6월 1일 방콕 프라이드에 참석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어 그저 ‘파티’만 같았던 이전 시대와 달리 이제 방콕 프라이드에서는 혼인평등 같은 정치적 메세지가 등장하고 총리가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0년 민주주의 시위에 영감을 받은 젊은 세대는 성평등 의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태국 정치권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타위신 총리를 비롯한 정치권에게 동성혼 법제화 같은 개혁적 의제는 태국에 보다 포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정치 불안정 우려를 불식시키고 관광 산업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측면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태국은 ‘성소수자 친화적이지만 성소수자에게 실질적 권리는 없는’ 국가로도 여겨졌습니다. 여행자들에게 ‘태국에 와서 자유를 누리라’는 태국관광청의 ‘Go Thai Be Free’ 슬로건은 태국 성소수자 관련 법제도 현황을 상기해볼 때 공허하게도 들렸습니다. 그러나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서도 2015년 성평등법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의 포함, 2017년 성별인정법의 발의, 2018년부터 방콕 프라이드 재개, 대중문화에서 성소수자 재현 증가 등 다양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2023년 총선 이후 2024년 기회의 창이 열렸습니다. 어렵게 찾아온 정치적 기회를 잘 활용한 태국 성소수자 단체와 커뮤니티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꾸준한 노력, 잘 준비된 운동이 있다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어떤 기회와 진전은 가능합니다.
💪우리는?
모두의 결혼은 ‘아시아 혼인평등 네트워크’ 등에서 아시아 성소수자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태국 현장의 활동가들이 얼마나 힘들게 이 승리를 쟁취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의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지역적 분기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성혼 법제화는 태국 성소수자 운동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지만 여전히 성소수자 차별 관련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태국 성소수자 운동이 앞으로도 여러 인권 과제를 쟁취하고 차별을 해소하여 성소수자 인권 보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모두의 결혼도 한국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혼인평등! 동성혼 법제화!💪❤️